어느 날, 재주소년 박경환은 스물아홉 생일을 맞이해 재주소년과 또 스스로의 모든 기억들을 되짚어가는 여행을 훌쩍 떠났습니다. 여행 도중 들른 광주에서, 부산과 포항에서, 또 제주에서 작은 공연을 펼치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되짚어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와 그 역방향 여행의 종착점을 찍으려 합니다.
*경환의 편지
드디어 봄이 오는가 싶더니 아직 춥네요.
이번 겨울을 나면서 확실한 것을 하나 알았습니다.
‘나는 추울 때 아무 것도 못하는 인간이구나.’
아니면 이번 겨울이 아무 것도 못할 정도로 추웠든지요.
지난 1~2월 무기력한 일상이 쌓여 가는 것을 참을 수 없던 어느 날, 당일 10분만에 여행을 결정. 옷과 기타를 챙겨 차에 싣고 떠났습니다. 아무리 국내 여행이라지만 목적지 없이 톨게이트를 지났을 때의 막막함은 상상 이상이더군요.
그렇게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경유 도시를 하나 둘 정했고 마침 하필 기타도 가져온 터라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냈던 광주, 부산, 포항, 제주의 클럽에서 이 갑작스러운 제안을 흔쾌히 승낙해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또 제 푸념을 기꺼이 들으러 와 주셨던 여러분들 덕에 공연은 매우 훈훈했습니다.
추위를 뚫고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에서 노래한 결과, 새로운 작업에 들어 갈 수 있는 에너지를 조금은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좋든 싫든 '종착역'인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보따리를 풀고 정상인의 궤도에 진입하여 산책과 녹음과 식사와 레슨을 규칙적으로 해내는 새 일꾼이 되려 합니다. (두부라도...(응?))
긴긴 이 겨울이 몹시 지겨웠고 봄이 오는 동안 ‘너희 대체 왜 해체 한 거니’ 생각하셨던 많은 분들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그저 편한 친구 모두 모여라, 내 친구들아.” 그 날처럼 서교동 골목을 누비던 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