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귀로 듣는 게 아니다
레이저가 공기를 가르는 순간, 실험음악은 신체가 된다-서울이 아시아 유일의 무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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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자신의 진동수와 같아지는 순간-물리학에서는 이를 공진(共振)이라 부른다. 주파수가 일치할 때 물체는 스스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신체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자체가 소리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다.
5월의 서울이 그 실험에 응한다.
sonicBLOOM 2026이 오는 5월 23일과 24일, YES24 WANDERLOCH HALL에서 열린다. 부제는 '공진충돌(Collision of Frequencies)'. 국적도 장르도 다른 주파수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정면으로 부딪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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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만으로 충분히 이야기가 된다.
로버트 헨케(Robert Henke). 소프트웨어 회사 이름으로 그를 소개하자면-Ableton의 공동 창립자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이력서 한 줄이고, 실제로 그를 정의하는 것은 Monolake라는 이름으로 이십여 년간 이어온 레이저 AV 퍼포먼스다. 그의 공연에서 레이저는 조명이 아니다. 소리의 물리적 현현(顯現)이다. 음파가 가시광선의 궤적으로 번역되는 순간, 관객은 자신이 음악을 듣고 있는지 보고 있는지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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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이 자리의 배경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 이 도시에는 관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티스트가 모이고, 기획자가 생기고, 그 사이에서 언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디오비주얼과 실험 사운드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 sonicBLOOM은 그 징후이자 촉매다. 베를린도 도쿄도 아닌 서울이, 이 장르의 주요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이 페스티벌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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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cBLOOM의 뒤에는 두 조직이 있다. WeSA(We Sound Art)는 서울을 기반으로 실험 사운드와 오디오비주얼 아트의 생태계를 만들어온 기획 집단이다. 페스티벌, 아카데미, 레지던시, 공연장을 동시에 운영하며 단순한 이벤트 기획을 넘어 이 씬의 인프라 자체를 구축해왔다. FIG는 감각적인 스토리텔링과 정교한 브랜딩 전략을 통해 예술과 기술, 브랜드와 도시를 연결하며 동시대의 문화적 트렌드를 경험으로 창조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씬의 인프라를 다져온 WeSA의 진정성에 FIG의 브랜딩이 더해지며, sonicBLOOM이라는 감각적 형식이 가능해졌다.
sonicBLOOM이 처음 열린 것은 작년이었다. 1회에는 수잔 치아니(Suzanne Ciani), 료이치 쿠로카와(Ryoichi Kurokawa), 노노탁, 가재발이 무대에 올랐다. 전자음악의 선구자, 일본 AV 아트의 대표주자, 그리고 한국 실험음악 씬의 목소리-그 조합만으로도 이 페스티벌이 어떤 감각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는지는 충분히 드러났다. 2026년의 충돌은 그 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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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몸을 통과할 때, 인간은 잠시 주파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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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cBLOOM 2026 - 공진충돌 Collision of Frequencies 2026년 5월 23일(토)·24일(일) 오후 8시 / YES24 WANDERLOCH H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