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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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피아노 리사이틀 'Masterpiece'
Ilya Rashkovskiy Piano Recital “Appassionata”
[프로그램]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Op. 57 “열정”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Op. 111
류재준, 애가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나단조
불가능에 도전하는 위대한 여정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 앞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음악가들은 우리에게 영감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압도적으로 많은 무대에 서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한 사람이 하는 연주라고 믿기 힘들 만큼 독주부터 앙상블, 협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무대에서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8세에 이르쿠르츠 실내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데뷔한 라쉬코프스키는 하마마쓰 국제 콩쿠르 1위를 비롯해 롱티보, 루빈스타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그 실력을 입증했다.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과 활발히 연주활동을 펼치는 그를 다양한 국내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은 한국 음악팬들에게 큰 행운이다.
매번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하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이번에는 베토벤과 류재준, 리스트를 선택했다. 모든 작품이 묵직한 단조이며, “우리 안의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이 뜨겁고도 서늘하다. 베토벤은 중기와 최후, 두 개의 소나타다. 23번 ‘열정’ 소나타는 중기의 대작으로 청각 상실 후 죽음 같은 절망을 딛고 써내려간 작품이며, 32번은 소나타라는 형식과 끝없이 씨름하면서 그 한계를 계속해서 확장한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다. 두 작품의 투쟁적 성격은 격랑을 헤치며 돌진하는 베토벤의 초상과 겹쳐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류재준의 ‘라멘트’는 2023년에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비극적 역사가 반복되는 이 시대의 아픔을 위로하고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애가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음악을 창작하고 감상하는 이유가 연대를 통해 인간다움을 회복하기 위함임을 환기시킨다.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는 리스트가 남긴 유일한 소나타로, 기존의 형식과 표현력을 초월해 피아노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킨 강력하고 독창적인 대곡이다.
이번 독주회는 청각을 잃은 음악가로서 위대한 창작을 이어간 베토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호응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류재준, 초절적 기교와 대담한 표현으로 피아노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추구한 리스트의 작품까지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의미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