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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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안녕, 주정뱅이」로 문단의 화제를 몰고 온 권여선 작가의 신작 중편 소설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2016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 발표, 제17회 이효석 문학상 우수작품상 수상작)를 연출가 박해성이 희곡으로 각색하여 관객들과 만난다.
소설은 나라 안의 모두가 흥에 겨워 어쩔 줄 모르던 2002년 월드컵 직후, 어느 여고생이 처참하게 살해된 사건에서 시작한다. 끝내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충분히 애도되지 않은’ 죽음은 남은 이들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그 내면과 삶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이 사회, 이 국가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신의 당위와 선함에 대해 분개에 찬 물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박해성 연출은 작가의 이러한 집요한 시선을 연극의 문법과 극장의 공간이 가진 특성으로 풀어낸다. 소설이 독자가 인물의 내면을 바라보는 세상이라면, 이 연극은 작가의 물음과 시선을 연극의 구조와 형식으로 새롭게 담아내고 작품 속 인물이 만들어 내는 현상을 관객이 목격함으로써 그 질문을 함께 사유할 수 있도록 한다. 검열, 민주주의, 국가와 같이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맞서는 다른 시즌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연극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는 한국 사회의 바닥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현대인의 병든 내면을 들춰내어 우리 각자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