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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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석 작가,
아트선재센터와 남산예술센터와의 협업은 기존 연극인들에게는 낯선 작업일 수 있다.
그러나 낯선 만큼 극장의 기능과 기존 메커니즘에 대한 관성적인 사고를 뒤바꿔 줄 전복적인 상상력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서현석 작가는 그동안 다원예술잡지 『옵.신』, 연구서적 『미래 예술』 등 국내외 공연 예술에 대한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해왔고, 근대성의 맥락에서 공간과 연극성의 관계를 다루는 장소 특정적 작업과 연구를 진행해왔다.
텅 빈 청계천 세운상가 골목에서 진행된 <헤테로토피아>(2010-2011)에서 관람객들은 워크맨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수행문을 따라 마치 유령이라도 된 듯 꼬불꼬불한 뒷골목을 표류했고, 영등포 시장 일대에서 열린 <영혼매춘>(2011), 일본에서 공연한 <매정하게도 가을바람>(2013)과 (2014)는 역사와 환상의 교접 속에서 연극의 경계선에 대한 질문을 유도했다.
신작 <천사-유보된 제목>의 주인공은 남산예술센터 건물이다.
연극은 남산예술센터만의 고유한 건축적 특징을 관객들의 인식으로 불러들여 극장 안에서 발생하는 관객들의 감각 그 자체를 작품화한다.
관객들은 폐건물처럼 텅 빈 극장에 홀연히 입장해 김중업이 설계한 건축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조명의 변화가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무대막이 홀연히 열리거나 닫히는 등 유령처럼 작동하는 극장의 장치는 연극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 텅 빈 극장의 무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연극’의 조건을 리셋한다.
드라마 없는 극장 안에서 관객들의 감각 그 자체가 드라마가 된다.
다수의 관객이 아닌,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극장을 열고 닫는 장소특정 퍼포먼스 <천사>(가제)에서, 관객들은 늘 보던 극장에 대한 경험이 아닌, 극장에 대한 색다른 모험의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은 ‘제1회 국제건축비엔날레’와 협력하고 ‘아트선재센터’와 공동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