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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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음악가들이 시애틀에서 데뷔하고 있지만, 너바나와 펄 잼이라는 걸출한 밴드를 배출해낸 90년대만큼의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 그 시애틀에서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해 온 한 명의 음악가가 전세계의 주목을 얻어내고 있다. 퍼퓸 지니어스(Perfume Genius). 마이크 헤드리아스(Mike Hadreas)라는 본명을 지닌 싱어송라이터의 이름이다. 주로 집에서 만든, 엘리엇 스미스를 연상시키는 포크 계열의 음악을 선보이던 그는 이제 록스타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인물이 되었다. 포티스헤드(Portishead)의 멤버와 인디 록스타 피제이 하비의 협업자인 존 패리시 등이 참여한 2014년의 앨범 “Too Bright”에서 그는 70년대의 데이빗 보위와 90년대의 피제이 하비를 연상시키는 매력적이고 거친 음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오래전 커밍아웃한 퍼퓸 지니어스의 학창 시절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주변의 폭력과 위협, 부모님의 이혼… 그 와중에 그를 지탱시켜 줬던 것은 그가 공부했던 미술과 피아노(음악). 그가 방황의 시간을 접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시작한 것 역시 음악이었다. 음악은 그에겐 치유의 과정이었고, 그가 “Too Bright” 이전에 발표한 두 장의 앨범은 바로 그의 어두운 기억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독백과도 같은 것이었다. 스물 다섯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곡을 쓰기 시작한 그가 2010년에 발표한 데뷔작 “Learning”과 2012년에 발표한 두번째 앨범 “Put Your Back N 2 It”은 그러했다. 역시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자신의 어머니를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두 장의 앨범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로 수많은 음악 매체들의 호평을 얻어냈다. 음악을 하면 할수록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 퍼퓸 지니어스는 이전의 두 장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 앨범을 만들었다. 과감한 신시사이저 연주와 공격적인 록 비트가 들어간 2014년의 앨범 “Too Bright”는 자신의 맘 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던 어두운 세계와 작별하는 앨범이었으며 그가 좋아해온 90년대의 인디 록스타 리즈 페어와 피제이 하비 등에게 영감을 얻은 작품이기도 했다.
여전히 자신의 얘기를 하지만, 음악과 목소리는 더욱 또렷해졌다. 영화 “벨벳 골드마인”에서 볼 수 있는 70년대의 글램록 스타마저 떠올리게 하는 그의 음악은 전 매체들의 호평을 얻었다. 데이빗 레터맨 쇼에 출연하며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린 그의 이름은 빌보드 차트와 UK 차트에 동시에 올랐으며, 수많은 메이저 페스티벌 라인업에 제법 큰 글씨로 인쇄되어 있는 그의 이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롤링 스톤, 타임, NME, 피치포크, NPR,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 영향력 있는 매체들은 그의 앨범을 일제히 “2014년의 앨범 목록”에 등재시켰다. 그의 앨범을 “올해의 앨범” 1위에 올린 매체들도 다수 있었을 정도.
“그의 재능이 무대 위에서 꽃피기 시작했다.”(텔레그라프), “고요한 승리” (가디언), “그는 이미 수퍼스타나 다름 없었다. 조금 더 큰 무대만 필요할 뿐. 그는 언제나 유별난 수퍼스타로 남아 있을 것 같다.” (런던인스테레오). 그의 새로운 라이브를 본 매체들과 관객들은 퍼퓸 지니어스를 준비된 록스타라고 말한다. 코첼라, 글래스톤베리 등 페스티벌 출연 후 한동안 휴식기를 갖던 퍼퓸 지니어스의 투어 마무리는 아시아에서 진행된다. 12월 13일 일요일 밤에 열리는 내한 공연은 아주 가까운 미래의 수퍼스타를 비교적 작은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