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소개
2021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
무대 위 일부로 존재했던 소품들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들!
상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새 생명을 얻은 소품들을 만나고 또 이별하는 시간
작품 의도
공연에 쓰이는 소품은 어떻게 폐기되어야 하는가, 란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소품 디자이너로서 소품의 끝은 어떠해야 하는지, 늘 해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소품은 소품 디자이너로부터 태어나서 공연 작품 속에서 생을 살다가, 공연이 끝난 후에는 이삿짐 파란 박스에 담겨 폐기되거나 창고로 보내집니다.
제게 다시 돌아온 소품은 없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제게서 태어난 소품들과 제대로 된 헤어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소품 장례식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 시놉시스
한 소품 디자이너의 혼잣말 (조수빈 작/연출)
- 너는 뭐가 되고 싶니? 네가 뭐가 되든 난 좋아. 가서 살아남아라.
너는 할 수 있어. 불태우고 오렴. 태어났으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집으로 오렴.
소품 교향악단 (강수현 작/연출)
- 난 이 교향악단의 지휘자.
공연이 얼마 안 남았다. 공연을 성공시켜야 해 반드시!!
그러려면 최고의 소품들이 필요해.
좋아. 자 모든 소품들은 들어와 자리에 앉으세요.
이제부터 소품들의 연주를 시작할 겁니다.
MADE IN 박현이 손 (박석원 작/연출)
- 난 축음기야. 고장난 지 25년이 됐지.
하지만 동묘에서 그녀의 눈에 띈 그 순간, 난 다시 태어났어.
음향오퍼만 있다면 난 고루한 노래나 틀어대는 현역 축음기 놈들보다 위대한,
트와이스 노래까지 틀 수 있는 만능 축음기로 거듭날 수 있는 거야!
까칠한 연극 연출가 (김수민 작/연출)
연출: 이야 너무 수고했어요. 진짜 잘 만들었다, 현이씨. 아 근데 뭐랄까요. 아, 음 조금 더 기특하고 조금 더 선량한 소품이 되면 진짜 딱일 것 같은데...
현이: (머뭇거리며) 아 네... 알겠습니다. 좀 더 기특하고... 선량하게... 네... 네
- 다음날 -
연출: 와우 너무 좋아요. 너무 마음에 들어. 그런데 현이씨 있잖아요.
음 지금 느낌이 보랏빛 희망 느낌은 아니고, 음 애매한 느낌의 PURPLE HOPE가 느껴져요. 전 희망이 좀 선명했으면 좋겠어요.
현이: 연출님 무슨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PURPLE HOPE가 보랏빛 희망 아닌가요?
전 잘 이해가 안돼요. 소품이 기특하고 예민한 건 어떤 느낌이에요?
코 푼 휴지의 오픈런 가는 길 (이창민 작/연출)
- 나는 코 푼 휴지. 일주일짜리 공연에 보내질 운명이다. 내 삶은 일주일뿐인 건가?
나도 오래도록 사랑받는 소품으로 태어나고 싶었는데...
그렇다면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 대본수정! 내가 필요한 장면은 내가 쓴다.
소품 고사(告祀) (김설빈 작/연출)
고:사- 액운은 없어지고 풍요와 행운이 오도록 집 안에서 섬기는 신에게 음식을 차려놓고 비는 제사.
- 뭐야, 진짜로 공연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고? 선도 없는데? ...왠지 무서워지네. 이 전화기 어디서 사왔어?
소품 디자이너의 사연 많은 목소리 파동 (박도하 작/연출)
- 당신 목소리와 파동으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실래요?
소품 장례식 (박현이, 최원종 작/연출)
-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계실 때, 나는 한 연극의 소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 연극에서는 아버지가 병으로 죽는 장면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엄마에게, 엄마가 매달고 있는 링겔병과 약병들을 다 쓰면 모아달라고 부탁하고 극장으로 갔다. 엄마의 약병과 링겔병을 소품으로 쓸 생각이었다.
엄마는 소품 디자이너 딸을 위해 다른 환자분들 링겔병과 약병까지 모아주셨다.
그 연극에서 죽는 장면을 연출할 때 소품들이 아주 리얼해서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엄마의 덕이었다. 주인공도 리얼한 소품들 덕분에 연기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 연극 속에서 주인공은 죽었다. 그 장면이 그 연극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리고 엄마도 돌아가셨다. 나는 그때 그 연극에서 죽은 주인공을 다른 연극에서도 계속 본다. 그리고 반갑게 인사한다. 그런데... 나의 어머니는 어디로 간 것일까. 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걸까.
기타 치고 소품의 사연을 연주하는 DJ (이경훈 작)
- 여러분들은 리메이크를 아시나요? 리. 메이크. 새로 만든다는 뜻이죠.
저는 네 인생이 리메이크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저의 이번 생이 망했기 때문,만이 아니구요.
언젠가 사라져 버릴 존재이지만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그 기억 속에서 언젠가 나를 꺼내봐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리메이크 되는 것이 아닐까요? 계속해서 리메이크 되는 삶.
마지막으로 들려드리는 사연은 바로 이 곡괭이 소품의 리메이크 사연입니다.
■ 캐스팅
박도하, 이창민, 김설빈, 박석원, 조수빈, 강수현, 김수민, 강기혁, 권나현, 김동현, 신무길, 이석진, 황연수